fiction.
소설.
언제부턴가, 겉 표지가 화려하고
알록달록하게 색칠된 그런 소설에게
혐오증 아니, 기피증이 생기고 있었다.
반스노블스, 아니면 챕터스, 소위 대형 서점에 가면
큼지막한 색션을 빽빽히 장식하는, 금발머리의 매력적인 여자와,
구릿빛 단단한 근육의 반 나체로 그녀의 허리를 지키는 갈색 머리 청년의 모습
그런 선정적인 커버들의, 싸꾸려틱 나는 여기 로멘틱 소설들때문일지 모르겠다.
커버 디자인은 그렇다 쳐도,
뭔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하는지는
나도 잘 모를 이유였다.
한국에서 새해를 맞으려 온 누나의 손에 들려온
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“종이여자”
베르나르 베르베르 뒤로, 중독성 깊은 이런 소설을 읽다니.
오히려 원작의 번역문이라고 보긴 힘들정도로
내용 한 글 한 글이 섬세한 디테일로 짜여진 써스펜스에
첫 몇 페이지를 뒤척이고 나선, 시선을 빨아드리는 그 글귀에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.
어제 그리고 오늘.
그 책에 정신이 팔린채, 읽다 또 읽다가
두, 세 챕터를 남기고, 간신히 뿌리친뒤 이 글을 쓴다.
SBS 가요대전 (장장 3시간)을 틀어놓고 보았던 그 글들중
나는 어쩌면 인생에서 제일 빛나는 한 때를 여러 케릭터들을 통해 감상하게 된다.
육체적 매력이 제일 빛나는 20대 초반.
감성적 또는 지식적으로 풍부한 30대 에서
물질적으로 안정스럽고, 인생에 어쩜, 가장 풍족 할만한 40대 까지.
그 물결같은 시절들이, 반짝 빛낼수 있는 시간은
다 그 걸맞은 희생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쓴 교훈을 삼키게한다.
저 티비위에 행복한 싼 웃음을 팔며 춤추는 저들과.
나의 20대 청춘을 비교해본다.
어쩌면 소박하다 못해 찌질할지도 모르는 내 지난 삶은
제대로된 연애 경험은 둘째 치고, 클럽에서 신나게 놀거나
또래 친구들과 온 세상이 내것이냥 빈거리에서 크게 떠들어 본적도 없는
비루하다 생각 되는 그런 단색의 그런 흰 캔버스 조각 같았다.
어쩌면 다 바랜 그 흰색인지 회색인지 구별도 못할 그런 도화지를
가슴 한아름 움겨 잡고, 왜 그리 초초하게 살았는지 모르겠다.
조금 더럽혀 져도, 세월이 지나 이리저리 패혀서
오히려 멋진 그런 주름진 얼굴 처럼
왜 내게 주어진 그런 색들을 기꺼히 받아드리지 않았나
후회가 엄습해 왔다, 또 다시.
어쩌면 나, 그리고 내 주위에 많은 사람들도
소설같은 삶을 꿈꾸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걸.
거울에 비쳐진 내 모습을 바라보기엔 현실이
너무 무겁게 느껴지기에, 그런 책들을 불량식품 먹는듯이
우걱저걱 넣어버리는걸지도 모르겠다.
하지만.
아무렴 어떨까.
맛있기만 하다면.
아직은 20대이고
영양가 없는 음식이라도 어쩜 배고픈 배만 불르기만 하다면
그 선택의 처벌을 나중에 받더라도,
마음의 욕구부터 체우고 후회를 할 예정이다.
아직까지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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